한 잔의 차를 마주하고 테라스에 앉아 햇볕을 쬐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여유롭고 이국적인 거리 분위기가 도심의 빌딩숲에 갇혀 지내는 우리에게 한순간 왠지 생소하고 어색한 인상으로 다가왔지만 이내 붙잡고 싶어지는 달콤한 꿈처럼 빠져들게 했다. 차 한 잔의 휴식과 따뜻한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지는 가을날 오후. 낯선 여행을 떠나듯 한 편의 영화를 더듬듯 계절의 향기를 좇아 서울 속의 몽마르트르 언덕을 찾아왔다. 20여 년 전 프랑스촌을 형성하기 시작한 이래 서울의 이색적인 테마 거리로 빠르게 자리를 굳혀온 서래마을.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거리로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인사동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이색적인 음식과 문화를 통해 신선하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이방인의 거리 서래마을이 있다. 프랑스, 이태리 등의 이국적인 음식들을 접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노천카페, 와인 전문점, 그리고 프랑스식 바게트만을 고집하는 빵집 등 프랑스풍의 가게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어 유럽의 여느 골목길을 연상케 하는 서울 속의 프랑스거리. 이른바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의 절반 가량이 살고 있는 프랑스인 밀집지역이다.
이곳의 거리는 프랑스 국기를 본떠 만든 빨강, 하양, 파랑의 3색 보도블록은 물론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난간도 삼색기로 장식되어 있다. 한글과 프랑스어로 함께 표기된 안내판이나 이정표, 레스토랑 간판 등이 어울려 이루는 독특한 거리 풍경은 이곳이 한국의 여느 거리와 같지 않음을 한눈에 보여 준다. 시라크 대통령 방문을 기념해 설치한 프랑스풍 가로등이랄지 서래로의 또 다른 이름인 몽마르뜨길 등도 다른 거리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국적인 운치를 자아낸다.
또한 프랑스 고유의 맛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서래마을의 각별한 선물이다. 이 때문에 색다른 음식이나 특별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 즐기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거리에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나는 음식점들이 깊어가는 가을의 햇볕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으며 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양쪽으로 뻗어 있는 골목길에는 프랑스인이 직접 설계한 빨간 지붕의 다세대주택 단지를 비롯하여 깔끔하게 자리 잡은 빌라촌이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특히 이곳에서 프랑스인의 손맛이 담긴 빵이나 요리를 맛보는 일은 즐거움을 넘어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도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 밀을 사용하여 프랑스인 파티시에가 직접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카페는 이 거리의 대표적인 상징이라 할 만하다. 크로크무슈, 오믈렛과 토스트, 수제 햄버거스테이크 등으로 이뤄진 브런치 메뉴는 입소문을 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인기 메뉴 중 하나. 이색적이고 아기자기한 소품들 속에서 프랑스식 가정식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이곳에서의 특권이다. 마치 유럽의 가정에 초대된 듯한 특별하고도 편안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길에서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이 거리의 자연스러운 풍경 중 하나다. 상점에 손님이 들어서면 프랑스말로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데 이러한 모습 역시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퐁뇌프다리나 물랭루주와 같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명소들이 담긴 액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거리의 카페들이 주는 고유한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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